누구보다 오래 곁에서 부모를 돌보고, 살림을 책임지며 헌신했는데..
막상 상속 이야기가 나오니 “법대로 하자”는 말만 돌아옵니다.
그 말 한마디가 주는 허탈함은 겪어본 사람만 압니다.
형제들 중 유독 혼자만 희생을 감내했다면 누군가는 그 노고를 공식적으로 인정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바로 그 지점을 위해 존재하는 개념이 ‘상속기여분’입니다.
그런데 이걸 실제로 인정받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내가 모셨잖아”라고 주장한다고 법원이 납득해주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죠.
결국 중요한 건, 기여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기여를 ‘어떻게 입증하고, 어떻게 주장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오늘은 두 가지 상황, 즉 경제적 기여와 비경제적 기여가 있을 때.
상속기여분을 전략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현실적인 팁을 조금 냉정하게 짚어드리겠습니다.
경제적으로 기여했다면 반드시 숫자로 말해야 합니다
부모의 병원비를 냈다거나, 가게 운영을 돕기 위해 목돈을 투자했다거나 하는 경제적 기여는 표현만 들으면 상당히 강력한 상속기여분 사유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전에서 그 기여가 효력을 가지려면 ‘얼마를, 언제, 왜’ 썼는지를 명확하게 입증해야만 합니다.
이게 숫자가 없으면, 그냥 좋은 아들이나 딸로만 끝나버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모 명의 부동산의 담보대출을 대신 갚았다면 그 대출 내역, 상환 내역, 본인 계좌 이체 기록까지 빠짐없이 확보해 둬야 합니다.
또는 부모와 공동 사업을 했다면 실제 지분은 어떻게 되어 있었고, 매출 대비 기여도가 얼마나 됐는지를 제3자의 시선에서 입증 가능한 자료로 구성해야죠.
그냥 “내가 도왔지 않냐”고 말하는 건 증거 없는 정서적 주장일 뿐이고, 법원이 받아들이기엔 너무도 빈약한 구조입니다.
이런 사안에서 경험 많은 변호사의 조력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입증 가능한 자료를 뽑아내고, 그 자료를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경제적인 기여는 ‘희생의 정도’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부모님 곁을 지키며 간병, 병원 동행, 식사 챙김, 정서적 지지…
이런 비경제적 기여는 말 그대로 몸으로 보여준 헌신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런 부분이 가장 쉽게 과소평가되고 무시되기 쉽습니다.
문제는 이 기여가 법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단순한 동거나 효심 이상의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즉, 상속재산의 ‘유지’나 ‘증가’에 실질적으로 기여했음을 입증해야만 기여분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를테면 부모님이 치매였고, 그 과정에서 병원비를 줄이기 위해 직접 간병했으며 이로 인해 요양병원에 안 보냈고,
부동산 매각 없이 자산이 유지됐다는 내용까지 연결된다면 그제야 법원이 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사진 몇 장, 간병일지 한 장, 이웃 주민 진술서 한두 개가 그걸 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걸 스스로 모으는 건 쉽지 않죠.
그래서 전문가와의 협업이 절실해지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정성 들였다’는 것만으로는 법의 냉정함을 설득하기에 부족합니다.
희생이 곧 기여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기여는 입증 가능한 ‘성과’로서 존재할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집니다.
상속기여분, 감정 아닌 논리로 싸워야 유리합니다
가장 흔한 착각 중 하나는 “다들 알잖아 내가 얼마나 했는지”라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법정은 ‘다들 아는 것’보다 ‘입증 가능한 것’을 봅니다.
게다가 기여분은 다른 상속인의 몫을 줄이고 본인의 몫을 늘리는 개념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다툼’을 수반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싸움입니다.
감정 싸움이 아닌 논리 싸움이죠.
그리고 이 싸움은 일찍 시작해야 유리합니다.
부모 생존 시점부터 금전적 지원이 있었다면 내역을 남기고, 간병했다면 일지를 작성해두고,
녹취나 문자 등 제3자가 확인 가능한 정황을 축적해두는 게 훗날 인정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뒤늦게 인지하고, 막상 증거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억울하다고만 하며 기여도 주장합니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건 내가 어떤 자료를 가지고 있고, 그걸 어떤 각도에서 해석해야 하는지를 전문가와 함께 판단해보는 것입니다.
아마 그 판단 하나로 기여가 인정되느냐 마느냐가 갈리게 될 겁니다.
기여도 문제는 생각보다 까다롭고, 생각보다 차갑게 다뤄지는 영역입니다.
단지 ‘많이 도왔다’는 감정이나 ‘내가 했던 걸 가족들도 알 거다’라는 기대감만으로 상속 몫을 늘릴 수 있는 구조는 아닙니다.
그렇기에 냉정해야 하고, 전략적이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법률적 언어로 다시 설계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기여했다는 마음 하나로 뒤늦은 후회와 억울함에 빠지기 전에 자신의 역할을 객관적으로 구성해주는 조력이 필요합니다.
상속은 끝난 뒤가 아니라 그 전부터 준비하는 싸움입니다.
그 싸움의 전략은 전문가와 함께 짜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